연구성과

수술 중 당신의 뇌는 깨어있는가? (2009.11.30)

2010-01-061,875

POSTECH 공동연구팀, 마취에 의한 무의식 유도 원리를 물리학적으로 제시
같은 영화를 보고도 사람마다 호불호 갈리는 이유도 규명

수많은 환자들이 수술 시 경험하는 전신마취는 그 잠재적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뇌를 어떻게 무의식 상태로 유도하는지 지금까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최근 마취를 통해 의식 수준의 조절과 의식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POSTECH 공동연구팀의 시도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물리학과 김승환 교수・황은진씨 팀과 서울 아산병원 노규정 교수팀, 이운철 미국 미시건 의대 연구원(POSTECH 박사) 공동연구팀은 사람의 전신마취 실험에서 무의식 상태로의 전이가 뇌의 정보흐름경로의 억제에 의해 일어난다는 증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이 분야 최고 권위지인 ‘의식과 인지(Consciousness and Cognition)’ 12월 1일자에 주목할 만한 논문(Target Paper)으로 소개됐다.

한-미 공동연구팀은 정맥 마취제인 프로포폴(propofol)을 정상인에게 주사하여 전신마취를 유도한 후, 인지를 다루는 전두엽(뇌 앞부분)에서 감각정보처리를 하는 두정엽(뒷부분)으로의 정보흐름의 방향과 양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전두엽에서 두정엽 방향으로의 정보 흐름은 전신마취로 의식을 잃는 것과 동시에 급격히 감소하지만, 그 반대 방향 흐름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수술 중 전신마취 상태의 환자의 뇌에서 외부세계로부터의 감각 정보 등 의식하기 “전”의 정보처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의식한 “후”의 정보처리는 강하게 억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전신마취된 환자의 각성이 갑자기 돌아오는 “수술 중 각성”과 같은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승환 교수는 “학제간 융합 연구를 통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의식 소실의 단계적 과정 등 의식의 핵심 수수께끼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각 개인마다 의식 상태와 무의식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개인적인 뇌 활동 패턴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는 같은 영화를 보고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낀다거나, 동일한 환경에서도 개인별로 다른 경험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에 대한 뇌과학적 증거를 제시해주는 흥미로운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적 마취의학자인 미 위스콘신대학교 앤소니 허츠(Anthony Hudetz)는 POSTECH 공동연구팀 연구에 대한 특별 초청 논문(Commentary)에서 “마취와 의식에 대한 신경학적 이해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뇌사, 식물인간, 수면, 간질 등 다양한 의식과 무의식 상태에서 특징적인 정보흐름구조의 존재와 역할을 규명해나가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